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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티앙]동물 세계의 로맨스
[페티앙 2004. 9_10월호]

동물 세계의 로맨스
(동물들도 로맨틱한 사랑을 할까?)

Romantic Love Affair in the Animal World



가장 큰 행복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다.
- 앙드레 지드-


글 : 동물칼럼니스트 김소희, 애니멀파크(www.animalpark.pe.kr)


지난 여름 네티즌들의 손에 손을 통해 퍼져나가 전세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사진이 한 장 있었다. 아스팔트 위에 제비 한 마리가 죽어있고, 또 다른 제비가 마치 안아올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그 위에서 날개를 활짝 편 채 울고 있는 모습이 담긴 연속 사진이었다. 대만의 한 네티즌이 올린 사진으로, 그는 촬영 후 남은 제비가 걱정되어 죽은 새를 길가의 나무 숲으로 옮겼다 한다.

삶을 살며 누구나가 겪게 되는 일들 중에서 사람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 수도 있고, 동시에 가장 행복하게도 만들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론은 “사랑”인 것 같다. 사랑이 주는 달콤함 그리고 사랑이 주는 아픔을 담은 소설, 영화, 노래들이 끊임없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사랑은 우리 인간만의 전유물일까? 앞서 말한 제비 부부의 이야기처럼 동물들도 로맨틱한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 때문에 행복해하기도 하고 아파하기도 하는걸까?


<<떠돌이 개의 사랑이야기>>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대로변 한 켠. 벌써 며칠 째 지져분한 몰골의 떠돌이 개 한 마리가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옆에 똑같이 생긴 개 한 마리가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날씨가 추워 시체에서 썩은 내가 풍기진 않았지만, 깨름직한 노릇이었다.

사람들이 시체를 치우기 위해 다가가자 그 떠돌이개는 한껏 경계 태세를 갖춘 채 사납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겁도 줘보고, 며칠째 굶었다는 사실을 이용해 고깃덩이를 갖다 줘 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피곤을 견디다 못해 꾸벅꾸벅 졸다가도 작은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 주변을 경계했다.

그 지저분한 개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처음엔 그저 흉측하고 더러워서 빨리 치우고 싶단 생각뿐이었던 사람들은 점점 이들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되었고 그들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수소문 끝에 사람들은 이 개 두 마리가 오래 전부터 그 동네를 오가던 녀석들이었으며 언제나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암컷의 사인은 교통사고였으며, 수컷 역시 며칠째 먹지도 자지도 못한 탓에 심각한 탈진상태에 놓여 있었다.

회의 끝에 마을 사람들은 암컷의 시체를 묻어주고 수컷에게는 주인을 찾아주기로 결정했다. 수컷에게 목줄을 메는데 성공한 사람들이 암컷을 묻기 위해 들어올리려 하자, 수컷은 불안에 떨며 으르렁댔고, 암컷의 몸이 흙으로 덮이기 시작하자 수컷은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심하게 발버둥을 쳐대며 낑낑 울어댔다. 보다 못한 사람들이 묶었던 끈을 놓아주자 수컷은 땅 속에 묻히기 전 마지막 얼굴이라도 보겠다는 듯 애닳도록 암컷의 얼굴을 핥아대며 슬피 울어댔다.

동물들도 낭만적인 사랑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으레 동물들의 짝짓기하면 본능에 충실한, 육체적, 충동적, 야만스러움, 이런 도식들이 떠오르기 일쑤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동물을 연구함에 있어서 감정 이입을 극도로 싫어하는 과학자들조차도, 동물들 세계에도 자신의 유전인자를 후세에 퍼뜨리기 위한 목적만의 짝짓기가 아닌 플라토닉하고 로맨틱한 사랑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연구결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 약혼 의식을 거치는 회색 기러기, 센터와 피어의 사랑>>

조류 연구가 루돌프 베른트는 가을이 되자 고민에 빠졌다. 겨울이 되면 자신이 연구 중인 회색기러기들이 전부 따스한 남쪽으로 날아가버릴 테니 말이다. 고심 끝에 그는 몇몇 회색기러기의 날개깃을 잘랐는데, 그 중에는 센터라는 이름의 암컷도 있었다. 센터의 남편인 피어에게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피어는 단 1분 1초라도 센터의 곁에서 떠나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회색기러기들은 일처일부제를 지키며 한 쪽이 죽으면 대개 평생 자기 짝을 그리워하며 산다).

예상했던 대로, 피어는 날 수 없는 센터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정말이지 단 한 발자국도 떨어질 줄을 몰랐다. 곧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호수가 얼어붙으면서 모든 기러기들이 남쪽으로 떠나자, 연구원들은 나머지 기러기들을 따스한 우리 속에 가둬 넣기 시작했다. 센터는 무사히 우리 속으로 들어갔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는 줄로만 알았던 피어는 도망을 치고 말았다. 센터와 피어가 헤어지게 된 것이다. 그 날 이후 피어는 3일에 한 번 꼴로 센터와 함께 지냈던 호수에 나타나 큰 소리로 울어댔지만, 연구진들은 곧 그가 추위를 이기지 못해 따스한 지중해로 떠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두 달 동안 피어는 센터와 함께 지냈던 호수를 중심으로 1000 제곱 킬러미터(서울면적이 약 600 제곱 킬로미터)가 넘는 지역 안의 호수, 연못, 개울 등 물이 있는 모든 곳을 헤매이며 센터를 찾아다녔다(표식을 위해 끼워둔 고리 덕분에 피어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봄이 되자 연구원들은 센터를 한 호숫가에 풀어주었다. 애초에 센터와 피어가 보금자리를 만들고 살았던 호수와는 무려 25km나 떨어진 곳이었다. 여전히 날 수 없는 센터로서는 그 호수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틀 후, 조용하던 호숫가에 회색기러기 특유의 트럼펫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어떤 때보다도 기쁨에 들뜬 우렁찬 울음소리였다.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고 모여든 사람들의 눈에 피어의 모습이 띄었다. 호수 상공에서 센터를 찾아낸 피어가 목 쉰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물 위를 한 바퀴 돌자 센터도 즉각 트럼펫 울음소리로 화답했다. 두 마리는 날개를 활짝 열고 가슴과 가슴을 맞댄 채 2-3미터 높이로 날아올랐다가 물 속으로 떨어지더니 다시 날개를 펼쳐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오랫동안 트럼펫 콘서트를 열었다.

더군다나 이 사건은 이 커플이 이미 다섯 마리의 새끼를 부화, 양육시킨 이후에 일어났다(회색기러기는 암컷 혼자의 힘으로도 충분히 새끼를 기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 일부일처제를 지킨다. 다시 말해 생물학적으로 수컷과 평생 함께 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또, 피어는 혼자 지중해로 날아가 따스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왜 혹독한 추위를 애써 견뎌내며 센터를 찾아 다녔을까?

저명한 동물 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회색기러기도 인간처럼 슬픔을 느낀다” 라며, 저서를 통해 직접 관찰한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그 중에 하나를 꼽자면, 아도와 수잔네의 이야기를 들 수 있겠다. “어느 날 둥지로 돌아온 아도는 여우에게 반쯤 뜯어먹힌 채 죽어있는 아내 수잔네의 모습을 보고난 뒤 그 시체 곁에서 힘없이 서 있거나 몸을 웅크린 채 한없이 앉아 시체를 바라보았으며 밥도 전혀 먹지 않았다. 덕분에 아도는 오랫동안 지켜오던 서열 1위 자리도 빼앗긴 채 최하위 계급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군다나 기러기는 석달 동안 플라토닉한 '약혼' 기간을 거친 후에 교미를 한다고 한다. 먼저 일정한 순서 및 패턴을 가진 안무 동작으로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를 하고, 암컷이 이를 받아들이면 그 때부터 둘은 항상 붙어다니는데, 이 시기에는 육체적으로 번식 기관이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짝짓기 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다. 약 3개월쯤 되는 약혼기간 동안 단 한번의 짝짓기 행위 없이 정절을 지키다가 봄이 되어서야 비로소 교미를 한다. 한 번의 동물적인 성욕을 채우기 위해 3개월을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 것일까?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늑대, 늑대왕 로보와 블랑카의 사랑>>
야생에서 코요테나 오소리 등의 행동을 관찰하는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들 역시 육체적으로 성적 활동을 보이기에 앞서 짝짓기를 먼저 하는 경우가 있다 한다. 즉, 육체적으로 임신이 불가능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사냥하고, 여기저기 함께 숨바꼭질하듯 뛰어다니며 놀고, 앞발로 서로의 얼굴을 두드려주고 핥아주다가 함께 몸을 붙인 채 서로에게 기대어 잠이 든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자연학자 어니스트 톰슨 시튼의 첫 책에 등장하는 늑대왕 로보와 그의 아내 블랑카의 러브스토리를 떠올려보자. 아시다시피 늑대 역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며 산다(바람둥이에 엉큼한 생각만 하는 남자들을 가리켜 늑대라고 묘사하는 것은 늑대에 대한 모독이라고 볼 수 있다).

농장의 가축들을 약탈하며 악명을 떨치던 로보와 그의 친구들은, 냄새가 베지 않도록 아무리 조심스럽게 덫을 놓아 보아도, 또 갖은 종류의 독약을 뿌리며 다이너마이트까지 사용해 보아도 절대 덫에 걸리지 않았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민 마을 사람들은 로보와 블랑카의 애틋한 사랑을 이용해 이들을 잡기로 결심했고, 마침내 로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블랑카가 덫에 걸리고 말았다. 꼼짝없이 발이 묶인 블랑카는 로보를 부르기라도 하듯 고통스럽게 울부짖었고, 로보 역시 멀리서 블랑카의 하울링에 화답했다.

사람들은 블랑카의 목과 발에 밧줄을 멘 후 말들로 하여금 양방향에서 잡아당기게 했고, 그녀는 그렇게 피를 토하며 죽고 말았다. 시튼의 말에 따르면, 블랑카의 시체를 메달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리고 그 후 며칠 동안 계속해서 어디선가 로보의 울음소리가 들렸으며 그 울음소리가 너무 슬퍼서 듣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블랑카가 죽은 곳에 로보가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튼은 블랑카의 시체 주변에 130개나 되는 강철 덫을 설치한 뒤, 블랑카의 다리 하나를 잘라 덫을 설치해 둔 흙 위에 발자국을 찍고 시체를 끌고 다녀 그 주변에 냄새가 베게 했다.

수년 동안 악명을 떨치며 교활하리만큼 영리하게 모든 위험을 피해온 로보였지만, 결국 이틀 뒤 로보는 블랑카의 발자국을 찍어놓은 덫 하나로 걸어 들어와 잔인한 죽음을 맞고 말았다. 왜 덫이 있는 줄 뻔히 알면서, 그리고 블랑카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곳을 찾아갔을까?

<< 고릴라 티미와 케이티의 사랑>>
동물이라고 해서 아무 상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와는 절대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들 세계에도 나름대로 “느낌” 이라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인 고릴라 역시, 맘에 들지 않는 이성과는 짝짓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동물원 관계자들을 애타게 만든다. 동물원에서 태어나는 아기 동물들의 사례가 매우 드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961년 로랜드 고릴라 티미는 밀렵꾼의 의해 죽은 엄마의 시체 옆에서 발견되었다. 그 때가 겨우 2살(사람 나이로 치면 4-5살쯤 된다). 유인원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아주 무기력한 존재로 태어나 5-6살까지 어미 몸에서 떨어질 줄을 모르며 청년기가 되어서도 엄마로부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일찍 엄마를 잃은 티미는 각 동물원이며 연구소 등을 전전하다가 6살이 되면서 미국의 클리브랜드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그 때까지 좁은 우리에서만 살았던 티미는 여러 차례 암컷을 만났지만 짝짓기는 커녕 눈길조차 주질 않았다. 그러나, 티미는 얼마 후 크리비 케이트 라는 암컷을 만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와 꼬옥 붙어다니며 서로의 털을 골라주는(원숭이, 유인원 사회에서 털고르기는 친밀감 등을 나타내는 중요한 사회 활동이다) 등 다정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짝짓기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곧 케이트가 불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동물원 관계자들은 멸종위기에 놓인 고릴라의 유전자 풀을 늘리기 위해 티미를 뉴욕의 브롱크스 동물원으로 보내 다른 암컷과 교미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시민들은 이제서야 자기 짝을 찾아 행복하게 지내는 고릴라 커플을 갈라놓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고 1220명이 탄원서에 서명하고 변호사까지 고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티미와 케이트의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했던 사람들은, 티미가 케이티를 만나기 이전까지는 우울해 했으며, 그들은 깨어있을 때 항상 함께 붙어다니는 것은 물론 잠잘 때에도 서로의 팔에 안겨 잠자는 등 마치 인간 세계의 연인처럼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물원 관계자는 마치 동물도 인간과 같은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 한 마디로 이 일을 일축해 버렸다. 결국 티미는 첫사랑 케이트와 떨어져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지고 말았다.

<<사랑을 그리워하다 멸종된 바다소 그리고 사랑에 아파하는 고래>>
이미 멸종되어버린 스텔러 바다소도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동물이었다. 듀공의 친척뻘인 이 동물은 고래 다음으로 거대한 포유동물로 길이 8미터에 몸무게 10톤이 넘었다. 자연과학자 게오르그 W. 스텔러에 따르면, 선원들이 죽인 스텔러 바다소 암컷의 시체가 파도에 실려 해변으로 밀려가자, 수컷 한 마리가 안부라도 묻듯 이틀 동안 계속해서 암컷의 시체를 찾아와 몸을 부벼대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스텔러 바다소 한 마리를 칼로 베면 배우자 혹은 가족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모두 몰려와서 상처입은 녀석을 감싼 뒤 사람들로부터 떼어놓으려 애썼다고 한다. 커다란 덩치답지 않게 온순한 성품을 가진 이들은 인간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고, 서로를 몹시 위하고 아끼는 행동 때문에 손쉽게 사냥의 대상이 되었고 그만큼 빠른 시간 내에 멸종해버리고 말았다. 인간에게 발견된 지 불과 27년만인 1768년에 말이다.

한 고래 연구팀이 필름에 담은 고래의 사랑이야기도 애잔하다. 어느 날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수컷 고래의 시체를 발견한 연구팀들이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 배를 세웠다. 그 시체 옆에는 고래 한 마리가 더 있었다. 그 암컷은 반복해서 수면 위로 시체를 밀어올리고 있었다. (이것은 산고로 지쳐있는 어미 고래가 수면으로 올라가 숨을 쉴 수 있게끔 같은 무리의 동료들이 산파 역할을 할 때 하는 행동인 동시에 어미 고래가 갓 태어난 새끼에게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암컷은 5시간 정도를 그렇게 가슴 지느러미로 죽은 수컷의 몸을 껴안은 체 시체를 물 위로 밀어 올려주었다 한다. 이 모습을 본 학자들은 이 필름에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라는 제목을 붙였다.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갈가마귀와 플라토닉한 사랑을 나누는 난쟁이 몽구스>>
콘라드 로렌츠는 첫 눈에 반하는 갈가마귀들의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갈가마귀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첫사랑'에 흥분한다며 이들도 사람처럼 첫 눈에 반하는 놀라운 일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더 놀라운 일은 '첫 눈에 반한' 두 마리의 새들은 곧바로 '약혼 기간'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 세계의 연인들처럼 조용하게 소근대며 서로를 바라보며, 수컷은 자기 아내에게 자기가 구할 수 있는 신기한 것은 무엇이든 가져다주고, 암컷 또한 반갑게 그것들을 받아들인다.

동물학자 안네 라자 박사는, 난쟁이 몽구스도 평생 일부일처제를 지키며 사는데, 번식기에만 성적 관심을 보이고 나머지 기간에는 플라토닉한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틈만 나면 연인의 옆에 자리를 틀고 앉아 상대방의 목과 등의 털을 핥아주며 수컷이 앞다리로 암컷을 꼭 부둥켜 안은 채 몇 시간이고 그녀의 등 위에 누워 잠을 자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론부>>
이처럼 많은 동물들도 사람처럼 로맨틱한 사랑을 하는 것 같다. 비단 사랑 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 행동학자들이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슬픔, 고통, 행복, 기쁨 등의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고 발표하고 있다.

많은 새들과 포유동물들은 사람이 사랑을 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신나게 놀고 있는 동물들에게서는 도파민(기쁨을 느낄 때 사람의 몸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어미에게서는 옥시토닌(모성애, 또는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물질)이 분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그 외에도 전세계 곳곳에서 어미를 잃거나 배우자를 잃은 많은 동물들이 상실감에 빠진 채 음식을 거부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인간과 동물 모두, 이성적인 기능은 주로 뇌의 앞쪽에서 담당, 감정적인 기능은 뇌의 아래쪽에서 담당하는데, 해부학적으로 볼 때 뇌의 아랫부분은 거의 비슷하고, 뇌 앞쪽부분은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성적으로는 다를 지 몰라도, 감성적으로는 우리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제, 동물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우리들이 타인을 존중하는 것은, 그가 생각하는 존재이며 또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나와 똑같이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느끼는 존재" 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글 : 동물칼럼니스트 김소희,

애니멀파크(www.animalpark.or.kr)

[페티앙 2004. 9_10월호]

참고문헌 및 사이트
Donald R. Griffin, animal thinking, 1984
Dr. Karl P.N.Shuker, the hidden powers of animals, 2001
Jeffrey Moussaieff Masson and Susan McCarthy, when elephants weep, 1995. 비투스 B. 드뢰셔, 휴머니즘 동물학. 이마고 2003
NEWSWEEK, October 21,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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