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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F]개가 된 늑대.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

[KTF 드라마 클럽.talktalk 동물본색.2004.12.6]

(우리 개 이해하기 시리즈~)



개가 된 늑대.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 - 1탄
1만 2천년 전, 늑대와 개의 운명이 갈라지다.




인간과 더불어 살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종(種)이 된 Canis lupus familiar! 바로, 오늘날 길들여진 개(domestic dog) 즉, 애견의 학명이다. 이 학명의 끝을 장식하고 있는 familiar만 보더라도 애견이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로 자리잡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실 애완동물(pet animal)이란 단어보다는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단어가 맞는 용어다.)

개는 최초로 가축화된, 다시 말해 최초로 인간에게 길들여진 동물이다. 학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늑대와 개의 운명이 갈라지게 된 최초의 시점은 대략 1만 2천년 전 경. 포식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청소부 역할도 하는 늑대들은, 음식물 찌꺼기를 노리며 인간의 정착지 주변에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만큼 인간에게 사로잡힐 기회도 높아졌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늑대 역시 수많은 사냥감 중의 일부였을 것이고, 잡기 쉬운 늑대 새끼들을 미끼로 삼기 시작하면서 두 이종(異種)간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개를 가까이 접했었던 민족은 정착생활을 했던 비율이 높고, 개가 없던 지역의 민족은 자주 이동하며 살았는데, 전자의 경우 악취, 벌레, 등이 꼬이는 음식찌꺼기를 개들이 먹어 치워줬기 때문에 굳이 이동할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늑대는 침입자가 있음을 경고해 주는 훌륭한 파수꾼이기도 했다)

어떻게 사나운 야생동물인 늑대가 오늘날의 개가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진화론적 학설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 인위 선택설(artificial selection)
인간이 가까이 접근해오는 늑대들 중 다루기 쉬운 좀 더 유순한 개체들만을 선별해서 번식시킴으로써 오늘날의 개가 되었다는 설.

* 자연 선택설(natural selection)
더 짧은 도주 거리(flight distance)를 가진 개들이 음식 찌꺼기를 찾아서 인간의 정착지 주변으로 모여드는 과정 속에 자연스레 길들여지기 쉬운 유순함이 발달했다는 설. 여기서 도주 거리란, 낯선 대상이 가까이 접근해 올 때 도망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거리를 말하는 것으로, 겁이 없을수록 도주 거리가 짧아진다.



개가 된 늑대.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 - 2탄
우리는 닮은 꼴 영혼 - 사회성


서로의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던 늑대와 인간의 만남을 계속해서 유지시키는 데 크게 공헌한 것은 바로 늑대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회성”이다.

늑대는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우두머리 수컷과 암컷(부부)을 중심으로 모든 구성원들 간에 상대적인 서열이 정해져 있는데, 이렇게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에게는 높은 수준의 의사소통체계가 발달하기 마련이다. (예 : 그렇지 않다면 매번 마주칠 때마다 “네가 강하다, 내가 강하다”를 놓고 피 터지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늑대 새끼들은 어릴 때 부터 놀이와 학습을 통해 사회성을 갖추게 된다. 이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회화 시기(socialization period)이다. 강아지는 물론이고, 오늘날 야생 늑대들도 대개 생후 5-12주에 해당하는 사회화 시기 동안 인간의 손에 길러질 경우, 성장 후에도 인간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애착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쨌든 그 옛날 인간에게 사로잡힌 새끼 늑대들은 자연스레 인간을 자신의 무리 구성원으로 인식하면서 인간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인간과 음식을 나눠먹고, 같이 신나게 놀고, 같은 영역을 공유하고, 함께 주변 지역을 순찰(즉 산책)하는 등의 모든 생활이 늑대의 생활과 거의 흡사하다.

이 최초의 만남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오늘날 심리학자들이 ‘어머 현상(aw phenomenon)’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바로 어린 늑대들의 생김새 덕분이다. 해부학적으로, 인간의 갓난 아이를 비롯한 모든 포유동물의 새끼들은 전체 몸에 비례해 더 커다란 머리와 눈을 가지고 있으며, 이마도 넓고 “손발”도 더 크고, 눈과 눈 사이는 더 많이 떨어져 있다.

바로 이런 귀여운 생김새들과 어눌한 움직임, 낑낑거림 소리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머~이뻐라”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끔 하는 동시에, 그 대상을 보살펴주고 싶다는 양육 및 애정의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바로 이 반응으로 인해 무력하게 태어난 어린 포유동물들은 성숙할 때까지 어른 동물들로부터 보살핌을 받을 수 있으며, 동시에 성숙한 개체들은 이들을 무사히 길러냄으로써 생물학적으로 자신의 수많은 유전 인자들을 성공적으로 후세에 남기게 된다.

최초의 만남에서도 인간은 저도 모르게 늑대 새끼들의 어눌한 생김새와 행동에 보살핌의 임무 및 욕구를 느꼈을 것이고, 점점 더 이들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이 길거리에서 귀여운 강아지를 보고는 충동구매를 하게 되는 것 처럼 말이다. (충동구매는 금물! ^^)

개가 된 늑대.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 - 3탄
인간에겐 없는 늑대의 능력들



한편, 뛰어난 후각 및 청각 능력을 지닌 늑대는, 사냥시엔 훌륭한 조력자가 되어주었고, 다른 육식동물들의 영역 침입을 사전에 알려주는 좋은 경계병 역할을 수행하면서 인간에게 더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이러한 동반자적인 역할은 먹고 먹히는 살벌한 선사시대 인간의 삶에 더 없는 신뢰와 애정을 키우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늑대는, 야생의 늑대와는 전혀 다른 진화과정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손쉽게 인간이 주는 먹이를 얻을 수 있었던 길들여진 늑대들의 이빨은 점점 무뎌지고 작아졌으며, 더 이상 자신의 영역과 먹이, 지위를 지키기 위해 하루종일 공격태세를 갖추고 있을 필요도 없어졌다.

먹이를 제공해 주는 인간에 대한 충성심은 야생에서 우두머리를 섬기는 것과 다르지 않았고, 늑대들이 무리 내에서 사용하던 다양한 의사소통법 역시 인간의 그 것에 익숙해지면서 보다 다양하게 발달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드디어! 인간에게 길들여진 최초의 동물이자, “개”라는 이름의 가장 절친한 동물이 생겨났다.

오늘날 인간과 개간의 유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돈독하다. 일찍이 쇼펜 하우어는 ‘풍부하고 깊은 감정의 소유자라면,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개를 친한 친구로 삼을 것이다. 아무런 의심없는 개의 정직한 얼굴을 들여다 보노라면, 인간의 한없는 허위와 가식과 위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1만 2천 년 전, 음식찌꺼기를 찾아 인간의 삶 속에 잠입했던 늑대. 그 순간, 한 배 형제였던 늑대와 개는 너무도 상반된 운명의 길에 접어들 게 된 셈이다. 인간과 함께 한 개는 오늘날 반려동물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행복한 삶을 살고있는 반면, 야생 늑대는 자신의 형제 뻘인 개들에게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 채 멸종의 위기에 처한 비운의 주인이 되어 버렸다. 귀여운 견공들뿐만 아니라 척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야생동물에게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지금이 아니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찾아오지 않을 지 모른다.


글 : 동물칼럼니스트 김소희,

애니멀파크(www.animalpark.or.kr)

[KTF 드라마 클럽.talktalk 동물본색, 200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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