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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의 희로애락은 생존본능

[동아일보 과학세상/김소희]


며칠 전 일본에서 울산의 수족관으로 옮겨지던 돌고래가 눈물을 흘리는 사진 한 장이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동물도 감정이 있을까. 세상이 빠르게 발전하듯이 동물의 감정과 관련된 연구 분야 역시 눈부신 결과물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동물행동학자들은 동물의 감정이 이례적인 일화일 뿐이라는 냉소적 반응에 맞서기 위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관찰 사례를 쌓아왔다.

그 속에는 동물의 희로애락이 가득하다. 어미가 죽자 음식도 마다한 채 굶어죽은 어린 침팬지, 우리 아래로 추락한 어린아이를 구해 사육사에게 건네준 고릴라, 산호 조각이나 조개껍데기를 주고받으며 노는 돌고래, 미끄럼을 즐기는 수달과 까마귀, 무리를 빠져나가 밀회를 즐기는 코끼리, 너무 심심하고 무료한 나머지 단순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정신병에 걸린 동물원의 북극곰….

동물행동학자들은 각각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생존에 필수라고 본다. 공포심과 두려움을 느낄 수 있어야 위험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고, 호기심이 있어야 삶에 필요한 지식을 배울 수 있으며, 무리 혹은 가족과 어울리는 기쁨, 분노 질투심 부끄러움을 알아야 무리 생활을 더 잘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척박한 야생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뇌과학 및 신경과학 분야 쪽에서도 동물의 감정에 관한 괄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뇌가 이성을 담당하고, 감정은 마음에서 온다고 생각했지만 뇌가 곧 마음이요, 마음이 곧 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에서 분비되는 수십 가지의 신경전달물질은 감정을 일으킨다. 인간의 뇌는 크게 신피질 변연계 뇌간 등 3개 부위로 나눌 수 있다. 신피질은 이성을, 변연계는 감정을 주관하고, 뇌간은 호흡 혈압 체온 동공반사 등 생리적 자율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 포유동물과 조류의 뇌에도 변연계가 발달했음이 드러났다. 인간으로 하여금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곳이 이들에게도 존재한다는 말이다.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가 자기 기분을 이해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인간처럼 성숙한 변연계를 가졌으므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감정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은 동물의 몸에서도 발견된다. 놀이 중인 쥐의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인간이 즐겁거나 행복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인간 고유의 것이라 생각했던 낭만적 사랑은 또 어떤가.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이 증가하는데 같은 상태의 포유류와 조류에게서도 이런 물질들이 발견된다고 했다. 학자들은 낙담 및 실망도 변연계 속 회로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자신이 기대하던 ‘보상’이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동안 도파민 수치는 점점 떨어지는데 이는 무기력 의기소침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동물의 눈물이 감정에 의한 결과인지, 단순한 신체적 반응의 결과인지는 뚜렷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어쩌면 사람은 동물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을, 다시 말하면 동물이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꺼릴지 모르겠다. 동물판 ‘불편한 진실’인 셈일 테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기억해야 할 점은 동물도 우리처럼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과,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무한한 지성과 힘을 가진 유일한 존재는 우리뿐이라는 사실이다.



김소희 동물칼럼니스트

애니멀파크(www.animalpark.or.kr)

동아일보 2009-10-15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910150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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