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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동물도 약물에 중독된다.

[스포츠서울. 김소희의 애니멀파크. 2003.9.8]

동물도 약물에 중독된다.

니코틴중독, 알코올중독, 본드, 마약, 가스, 엑스터시 등의 다양한 약물 중독에 이르기까지 정말이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인간만이 특정 약초 및 식물 파생물(알코올) 등을 남용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우선,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개박하(catnip). 고양이를 비롯한 고양이과 동물 중 몇몇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개박하를 뜯어먹고 뿅~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쥐오줌풀과 함께 고양이풀이라고도 불리우는데, 이를 먹은 고양이들은 황홀경이 빠진 듯하기도 하고, 무의식 상태인 듯 보이기도 하며, 정신이 몽롱해 보이기도 한데, 중간중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자극에 반응하는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열대우림 속 재규어 역시 토한 후, 장 청소를 위해 특정 넝쿨잎들을 골라 먹는데, 묘한 부작용이 뒤따른다. 카리스마 넘치는 재규어가 사지를 벌린 채 벌러덩 드러누워 네 다리를 천천히 허우적 대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눈동자는 초점이 없긴 하지만 무언가를 뚫어지듯 쳐다보고 있는 듯 한데, 이 풀은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인근 원주민들도 같은 효과를 얻기위해 사냥을 하거나, 탈이 났을 때 같은 풀을 먹는다.


순록은 일종의 독버섯인 광대버섯을 즐겨먹는데, 눈더미를 파헤쳐서라도 반드시 찾아먹을 정도다. 이 버섯이 정확히 순록에게 어떤 효과(?)를 주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이 먹었을 때엔 환각, 환시 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미뤄보아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된다. 순록 유목민인 라프족(Lapp)들도 이 버섯을 먹고 환각상태에 빠지며, 항상 이 버섯에 중독되어있는 순록의 소변을 먹어도 같은 증세에 가진다고 한다. 이 버섯을 먹으면 감각이 예민해져 하늘을 나는 느낌이 든다고 전해져 오는데, 어쩌면 순록을 타고 어린이들을 찾아다니는 산타크로스가 이런 상황 속에서 생겨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다가스카르의 검정 여우원숭이(Madagascan black lemur)들은 독을 뿜는 노래기를 열심히 잡아대는데 잡아먹기 위해서 하는 짓이 아니다. 노래기를 살짝살짝 깨물면 방어차원에서 청산가리를 포함한 맹독을 뿜어대는데, 검정여우 원숭이들은 이를 입으로 빨아 온 몸에 발라댄다. 기생충 방지 및 말라리아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바로 저게 뽕맞은 표정이구나’라는 생각 밖엔 안 든다. 아슬아슬 높은 나무 위에서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며 황홀경에 빠진 듯 눈동자가 점점 풀리고, 입에선 끊임없이 침도 줄줄 흐른다. 그러다가 결국 쓰러져서 잠이 든다.

또, 거대한 사회체계를 이루고 사는 벌은 꽃의 꿀도 좋아하지만, 달콤한 보리수 나무 수액도 좋아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수액은 금방 발효되어 알코올 농도 6%에 해당되는 술로 변한다는 점이다. 이를 너무 많이 마신 벌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기도 하고, 날다가 철퍼덕 기절해서 땅에 떨어지기도 하는 등 딱 술취한 사람마냥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올라갔다 내려왔다 갈팡질팡 겨우 날아다닌다.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하더라도 입구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경비벌에 의해 벌집 밖으로 쫓겨난다. 경비벌은 전체 무리를 지키기 위해 알코올에 쩔어있는 개체들을 거칠게 다루는데, 간혹 다리를 물어 뜯겨서 다리수가 부족한 녀석들도 있다. 어쨌든 나름의 엄격한 규정 하에 살아가고 있는 벌들의 세계에서 술주정뱅이들은 사회적으로 매장당한다.

아프리카에 살고있는 사바나 원숭이(savannah monkey)은 오래 전 노예들과 함께 카리브해 세인트 마틴으로 유입되었는데, 이들은 오래 전부터 버려진 사탕수수가 알코올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관광지가 된 지금, 이들은 애써 사탕수수를 찾아다닐 필요없이 관광객들을 위한 해변가의 술집을 털거나, 선탠 중인 손님들의 술을 훔쳐먹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들 중에서도 절대로 술은 입에 안대고 과일음료나 탄산음료만을 즐기는 녀석도 있고, 늘상 술에 쩔어있는 녀석(12%), 24시간을 완전히 고주망태로 사는 녀석(5%)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 비율은 인간세계의 비율과 비슷하다고 한다. 술이 취한 녀석들은 난동을 부리기도 하고 괜히 다른 원숭이들에게 싸움을 걸기도 하는 등 추태를 부리는 모양새도 완전 사람과 똑같다.!!

또, 고슴도치는 크레올스테인이라는 일종의 방부제를 일부러 찾아먹기도 하는데, 이것을 먹고 난 모양새가 가히 볼 만 하다. 몸을 비비틀고, 침을 흘리며 온 몸의 제 가시에 침을 발라대는데, 학자들은 이것이 기생충 박멸 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일부러 담배꽁초도 찾아서 먹기도 하는데 똑같은 반응이 나타난다.


약물에 중독된 불량 동물들의 세계에 이어, 다음 회에서는 약초 및 약물을 제대로 사용하는 바른생활 동물들의 세계를 소개할까 한다.

글 : 동물칼럼니스트 김소희,

애니멀파크(www.animalpark.or.kr)

[스포츠서울. 김소희의 애니멀파크. 200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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