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칼럼니스트
동물칼럼 (259)
나 혼자 수다 (9)

동물칼럼 > 동물칼럼
[소년조선일보]죽었니, 살았니? 고슴도치의 겨울잠

[소년조선일보 2007.12.2]

[깜짝! 초능력 동물원] 내가 밤송이로만 보이니?
지독한 겨울잠꾸러기인걸...

죽었니, 살았니? 고슴도치의 겨울잠


아이고 추워라! 날씨가 추워지면 ‘나도 겨울잠을 잤으면’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몇 달을 잠만 자기엔 시간이 아까우니 겨울에 몰아서 자버린 다음 여름엔 한숨도 안자고 생활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피곤해도 24시간 연이어 자는 것조차 쉽지 않으니 겨울잠은 무리인 것 같다.

가만. 생각해 보니, 영화 ‘제5원소’에서는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우주선에 탄 브루스 윌리스가 수면실에서 잠들었다 깨자 다른 은하계 행성에 도착해 있는 장면이 나오고, 영화 ‘에일리언’의 주인공들도 길고 긴 우주 여행을 수면 캡슐 안에서 보낸다. 몇 주씩, 혹은 몇 달 동안 죽은 듯 잠자다 깨어나면 지루한 시간이 끝나 있다. 얼마나 멋진가?

실제로 영화처럼 사는 동물이 있다. 개구리, 뱀, 도마뱀, 거북 등의 양서류나 파충류뿐만 아니라 고슴도치, 다람쥐, 박쥐도 동면을 한다. 특히, 고슴도치 하면 흔적만 남은 짧은 다리와 가시 돋은 몸매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앞으로는 ‘겨울잠꾸러기’란 사실도 기억해 두어야겠다.

고슴도치는 겨울잠에 들어가면 이듬해 봄까지 최대 5개월 동안 절대 깨는 법이 없다. 잠을 잔다기보다는 죽은 듯한 ‘가사 상태’에 빠졌다는 말이 더 옳다. 먹지도 깨지도 않고 깊게 잠만 잔다는 뜻이다. 왜 겨울잠을 자는 걸까? 추운 겨울에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더 많이 먹어야 하는데,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는 먹을 것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에너지를 최대한 적게 사용하고 아끼기 위해 움직이지도 않고 죽은 듯 잠을 자는 것이다.

게다가, 어라? 추워졌네? 오늘부터 겨울잠이다! 결심했다고 해서 당장 잘 수 있는 게 아니다. 고슴도치는 늦가을부터 평소보다 더 열심히 먹어 살을 찌운다. 살(지방층)은 고슴도치를 추위로부터 지켜주는 것은 물론 겨울잠을 자는 동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원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나무 아래 구멍에 들어가 잠에 빠진 고슴도치의 몸 안에서는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엔 필요하지 않은 신체 기관들이 줄어들고, 1분에 188번 뛰던 맥박이 21번으로 떨어진다. 평소 때는 1분에 40∼50번이던 호흡도 2∼5번이 된다. 이 모두가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절약하기 위해서다.

고슴도치가 가진 이런 능력의 비밀을 밝혀낸다면 인간의 삶에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심각한 질병이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치료 기술이 발달할 때까지 혹은 일시적으로 동면 상태에 둬서 생명을 구할 수도 있고, 비행기로 10시간 넘는 먼 거리도 눈 깜짝 할 사이에 도착할 수 있다. 실제 나사(NASA)는 우주비행사들을 장기간의 우주 여행에서 동면 상태에 두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고슴도치
2∼3cm 길이의 가시 5000개쯤이 온 몸을 덮고 있고, 적을 만나면 몸을 동그랗게 말아 밤송이로 변신해 위기를 모면한다. 숲 속에 살며 거의 야행성이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역, 유럽, 아프리카에 넓게 분포되어 있는 포유동물이다.

모든 야생 고슴도치들이 동면에 들어갈 수 있지만 기온, 먹이의 양 또는 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겨울잠에서 깬 직후가 위험한 순간인데, 겨울잠을 자기 전에 몸 속에 쌓아 두었던 지방이 거의 다 없어져 체력이 극도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고슴도치의 겨울잠을 방해하거나 깨우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란 사실을 잊지 말자. 참, 애완용 고슴도치는 따뜻하게 해 줘서 동면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야생의 고슴도치와 달리 여분의 체지방을 쌓아 두지 않은 상태에서 동면에 들어가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 : 김소희 동물칼럼니스트

애니멀파크(www.animalpark.or.kr)

[소년조선일보 2007.12.2]

바로가기http://kid.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2/02/2007120200396.html


글0개





매스컴 속 애니멀파크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이하루616 디지털 유산어워드 전시관으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