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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앙]동물들도 보고 배운다.

[페티앙 2005년 5_6월호]

독특한 문화와 개성이 존재하는 동물 세계
동물들도 보고 배운다.

적어도 살아 움직이는 한, 동물은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 도널드 그리핀-

글 : 동물칼럼니스트 김소희

유난히도 유창하게 말을 하는 앵무새, 담뱃불만 보면 미친 듯이 온 몸을 내던져 비벼끄는 개, 쥐와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고양이, 꼬리를 치며 사람을 쫓아다니는 멧돼지, 거실 한 가운데서 마치 애완견인냥 애교를 부리며 누워 있는 사자, 소녀와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치타 이야기. 물론, 소설이나 만화가 아닌 실제 우리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이런 신기한 이야기를 나열해 보자면 끝도 없을 듯 하다.

일반적으로 동물은 인간과 달리 무조건 본능대로 살아가는 존재라 여겨진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반드시 쥐를 잡아먹어야 하고, 야생 동물은 사람과 불을 두려워해야만 하며, 사자 등의 맹수는 인간에게 공격적인 존재여야만 한다. 포식자를 경계하고 혹은 피식자를 쫓고,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아 돌보는 한 동물의 모든 삶이 태어날 때부터 “판에 박은 듯 정해져 있는” 천편일률적인 행동으로 점철되어야 하거늘 왜 이런 독특한 행동들이 관찰되는 것일까?

물론, 달리 학습이 필요 없는 본능적 생존 지식이 유전자 속에 내재되어 있긴 하지만, 그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동물도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행동, 개성 등을 가지게 되고, 집단에 따라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타고나는 것처럼 보이는 동물도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되기까지 실패와 연습을 거듭하며 공부를 해야 한다. 때로는 엄마의 행동을 통해, 때로는 무리 내의 다른 친척들, 심지어 전혀 다른 종의 동물의 행동을 배우기도 한다. 척박한 야생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보고 배우며 실력을 갈고 닦는 동물들. 그리고 그로 인해 형성된 독특한 문화와 개성. 그 신비로운 세계로 들어가 보자.

‘어~마마마마~~맘~마~’ 옹알이 하는 원숭이
원숭이는 태어날 때부터 원숭이 울음 소리를 내지만, 언제 어떤 울음 소리를 내야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장류 동물학자인 찰스 스노우던과 A.마가렛 엘로우슨은 피그미 원숭이들이 생후 3년 동안 내는 울음 소리를 연구했다. 아기 원숭이들은 처음엔 이 신호 저 신호가 마구잡이로 섞인 도통 알 수 없는 울음 소리를 낸다. 사람처럼 옹알이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옹알대던 수준의 울음소리는 부모 혹은 다른 형제들의 울음소리를 흉내내고, 또 그들의 피드백을 통해 고쳐 나가면서 점차 그 사회에서 통용되는 정확하고 세련된 울음 소리로 바뀌게 된다.

지난 호 <말하는 동물>에서도 언급했지만, 사바나 원숭이는 포식자에 따라 경고 울음 소리가 모두 다르다. 학자들은 이 경고 울음소리가 표범, 비단뱀, 독수리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그 울음 소리에 따라 전체 무리는 다른 반응 양상을 보였다. (“표범이 나타났다, 피해라!”에 해당하는 소리를 들었을 경우에는 일제히 가까운 나무 위로 올라가 나뭇가지의 가장 먼 쪽으로 도망갔고, ‘독수리다’를 의미하는 울음소리를 들으면 관목수풀 속으로 숨거나 나무의 중앙으로 피해 하늘을 올려다 보았으며, ‘뱀이다!’를 나타내는 울음소리에는 뒷다리로 일어서서 땅바닥을 살펴 보았다.)

사바나 원숭이 새끼들은 처음부터 이런 울음소리를 낼 수 있을까? 새끼들은 낯선 동물을 보면 무조건 울음 소리를 낸다. 처음에는 뭐가 어쨌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옹알이 수준의 울음 소리에 지나지 않지만, 청년기가 되면 좀 더 명확해 진다. 즉, ‘표범’에 해당하는 울음소리는 육지에서 걸어다니는 모든 동물에게, ‘독수리’에 해당하는 울음소리는 비둘기 등 을 포함한 날아다니는 모든 새, ‘뱀’에 해당하는 울음소리는 모든 뱀이나 도마뱀일 경우에 낸다. 전혀 경계해야 할 대상들은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의 규칙하에 실수를 하는 것이다.

점차 사회적인 환경이 주는 피드백을 통해 배워나감으로써 결국엔 육지에서 걸어다니는 동물들 중에서도 위험하지 않은 동물과 치타 및 표범을 구분하게 되고, 맹금류와 일반 새들을 구분하게 된다. 실제로 야생에서 동물을 촬영하는 작가들은 표범이나 치타를 찾고 싶을 때 이 사바나 원숭이들의 곁에 머물며 그들의 비상신호를 참고한다고 한다.

침팬지 엄마, 자식들에게 도구사용법을 가르치다!
침팬지는 딱딱한 견과류 열매를 먹기 위해 평편한 돌이나 나무 뿌리 위에다 열매를 올려놓고 적당한 크기의 돌이나 단단한 나무막대로 내려쳐서 깬다. 쉽게 들릴 지 모르지만, 민첩성과 요령이 필요한 과정이다. 잘못하면 열매가 저 멀리 날아가버리기도 하고, 너무 세게 치면 아예 박살이 나서 아무 것도 건질 수가 없다. 제대로 열매를 깨 먹는 것을 배우는 데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어미가 능숙한 솜씨로 열매를 깨는 동안 새끼는 구경을 하며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챈다. 어미가 열매를 먹여주기도 하지만, 마음이 급한 새끼는 어미를 흉내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좀처럼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결국, 새끼가 포기하면, 어미는 새끼의 손에서 부드럽게 망치를 받아들고 새끼가 잘 볼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 시연을 해 보인다. 그리고 다시 새끼에게 망치를 돌려준다. 나무라거나 다그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몇 번이고 새끼에게 올바른 동작을 보여주며, 새끼가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점차 커가면서 침팬지는 어떻게 생긴 것이 받침대로 좋은지, 어떻게 생긴 것이 망치 역할을 잘 해 내는 것인지도 구분하게 된다.

또 침팬지는 굴 속의 흰개미나, 나무 굴이나 암벽 굴 안의 벌꿀을 먹기 위해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나뭇가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는데, 나뭇가지를 ‘장거리 후각도구’로도 사용한다. 곰베의 침팬지들은 제인 구달 박사의 옷 주머니 속에 조심스럽게 풀줄기를 집어넣곤 했는데 바나나가 있는지 알아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던 줄기 쪽의 냄새를 맡아 확인하는 것이다. 또, 스텔라 브루어가 세네갈에서 관찰한 침팬지들은 흙 속의 뿌리를 파먹을 때 손 대신 나무막대기를 이용했고 아카시아 나무에서 5센티미터 정도되는 가시를 잘라 식사 후 이쑤시개로 사용한다고 한다. 새의 깃털을 주워 귓 속을 청소하기도 하고 콧물이 많이 흐를 땐 풀줄기로 코를 쑤셔 코를 풀며 큰 나뭇잎은 냅킨 혹은 배탈이 났을 때 휴지로도 쓴다.

더 놀라운 것은 모든 침팬지들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는 지역 및 무리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무리들은 돌로 견과류를 깨는 법을 전혀 알 지 못한다. 그들도 저마다의 문화가 있고, 그 문화는 학습을 통해 세대로 전수되는 것이다. 어떤 집단은 털고르기 중에 잡은 해충을 팔뚝으로 눌러 죽이는 반면 어떤 집단에서는 나뭇잎으로 눌러 죽이는 등 저마다 다른 행동을 보인다.

일본의 영장류학자 마츠자와 데츠로 박사 역시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마할레에 사는 침팬지들은 한 손을 머리 위로 올린 후 상대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상대의 옆구리 주변의 털을 골라주는 것으로 인사를 하지만, 서아프리카 보쑤에 사는 침팬지는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며 야생 침팬지 무리에게는 고유한 문화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런 행동들은 이미 결정된 유전자에 의한 본능도 아니고, 어린 개체들이 자기가 속한 집단의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배우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프란스 드 발의 유명한 저서 <정치하는 침팬지>의 무대인 네델란드의 아른헴 동물원에서 있었던 깜찍한 사건이 하나 있다. 침팬지 군락지 내의 어린 침팬지 모두가 갑자기 다리를 절기 시작했던 것이다. 깜짝 놀란 관계자들이 조사를 해 보니, 얼마 전 2인자와 싸움을 하다 다리를 다친 우두머리 침팬지가 다리를 절고 있었는데, 어린 개체들이 그 우두머리 침팬지의 행동을 모방했던 것이었다. 우두머리 침팬지의 상처가 낫자 꼬마 침팬지들도 다시 정상적으로 걸어 다녔다.

그림문자로 인간과 의사소통을 하는 보노보 칸지 역시 그림 문자를 배우고 있던 엄마 옆에서 스스로(연구원들의 개입없이) 그림 문자의 의미를 배우기 시작했고, 3000개의 어휘를 습득해 사용하고 있는 판니바샤(칸지의 동생)의 아들 “뇨타” 역시 엄마로부터 읽기와 말하기를 전수받아 사용하고 있다. 일본 교토 대학 영장류 연구소의 유명한 침팬지 아유무 역시 엄마 ‘아이’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을 자연스레 보고 배워 오히려 엄마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다.

‘쥐도 새도 모르는 항해 모드 돌입!’ 일본 포경선을 피하는 돌고래
& ‘뭐니 뭐니해도 최신 곡이 최고지!’ 유행가를 부르는 혹등 고래

포경 산업국으로 악명 높은 일본은 그만큼 세계적으로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여러 척의 배들이 작은 만으로 수십, 수 백 마리의 돌고래떼를 몰아넣은 뒤 작살로 찍어 죽이는 바람에 바닷물이 아예 새빨간 핏빛으로 물든 모습이 매스컴을 통해 전세계로 보도되기도 한다. 비투스 B. 드뢰셔는 <휴머니즘 동물학>에서 ‘돌고래는 90년도 후반에 이르면서 일본 어부들에 대처하는 방안을 배웠다’며, 하와이의 생물학자 캐런 프라이어가 밝혀낸 사실을 소개했다.

돌고래떼는 고등어떼를 몰기 위해 참치떼와 협동작전을 펼치는데, 이 때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행동을 한다. 덕분에 일본의 어부들은 돌고래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고, 한꺼번에 참치떼는 물론 돌고래떼까지 포획할 수 있었다. 그러자, 언젠가부터 돌고래는 어선이 다가올 때면 수면 위로 뛰어오르지 않았다. 대신 수면 바로 아래서 헤엄치며 고기떼를 몰았고, 숨을 쉴 때도 숨구멍을 수면 위로 살짝 내밀 뿐이었다. 게다가 돌고래는 물 밑에서도 자신들을 잡으려는 어선과 다른 배들을 정확하게 구분한다고 한다. 캐런 프라이어 박사의 연구용 선박도 어선을 개조해 만든 것인데, 돌고래떼는 이 연구선은 피하기는 커녕 주변에서 거리낌없이 헤엄치며 장난을 즐겼다. 그러다가도 일본 포경선이 다가오면 즉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조용하게 헤엄쳤다 한다. 일본 포경선에 잡혀 죽을 뻔 하다가 살아남은 몇몇 개체들이 그 수많은 돌고래떼들에게 위험을 알린 것일까?

해양생물학자 마이크 노애드는 1995년부터 호주 동해안의 대산호초 근처에서 번식하는 혹등고래의 노래를 연구했는데, 한 집단의 수컷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같은 노래를 부른다 한다. 노래는 보통 10-15분짜리 곡인데, 같은 곡을 몇 시간 동안 계속 부르기도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작곡 능력이 있어 후렴구를 반복해서 사용해서 ‘긴’ 노래를 만들어 내며, 스스로 작곡 또는 편곡해서 부르기도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히트곡이 되어 빠른 속도로 전체 무리로 퍼져나간다. 즉, 유행가가 존재하는 셈이다. 영화 프리 윌리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다른 고래들을 공격해 잡아먹는(그래서 바다의 무법자로 통하는) 범고래도 무리에 따라 행동 양식 및 생활 패턴이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알고 보면 모두 다른 새들의 울음소리
조류학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사람에 의해 길러진 새들도 분명 울음 소리를 내긴 하지만, 이것은 매우 기본적인 것으로 노래의 길이나 빈도는 비슷해도 세부적인 구성이 빈약하다고 한다. 새들이 울음소리를 배우는 데도 사회적인 환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큰거문고새는 다른 새들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약 20여종의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는데, 사람과 가까이 사는 개체일 경우엔 개 짓는 소리, 자동차 경적, 카메라 모터 소리를 노래 중간에 집어넣기도 하고, 심지어 전기 톱 소리를 흉내내는 경우가 발견되었다. 영국에서는 찌르레기가 심판의 휘파람 소리를 흉내내서 축구시합을 중단시켰다는 이야기도 있고, 런던에서는 2차대전말 무인 비행기에 싣는 V1 비행 폭탄 혹은 소형 자동차소리를 흉내내는 찌르레기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한다. 최근에는 휴대폰 벨소리나 인터넷 연결시 모뎀에서 나는 소리를 흉내내는 개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새들도 사투리가 있어, 사는 지역에 따라 울음 소리가 조금씩 다르다 한다.

고구마를 물에 씻어먹는 일본 원숭이
일본 원숭이들도 무리에 따라 독특한 전통이나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다. 관찰과 모방에 의해 시작된 행동이 학습을 통해 여러 세대를 전해 내려온 것이다.

연구자들은 한 일본 원숭이 집단에게 처음으로 고구마를 소개해 주었다. '이모(Imo)'라는 이름의 모험심 가득한 두 살 배기 암컷은 바닷물로 들어가 자기 고구마에 묻은 모래를 물로 씻어내는 법을 배웠다. 후에 그녀는 이와 비슷한 기술을 하나 더 개발했는데 모래가 섞여있는 밀가루를 한 움큼 떠서 물표면 위에 그것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모래는 가라앉는 대신 밀가루만 물 위에 떠서 깨끗해 졌으며, 덕분에 모래 때문에 기분 찜찜해 하며 씹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알맞게 소금간까지 되었다. 이 행동은 결국 그 집단 전체로 퍼져 나갔고 곧 다른 이웃 집단들로 전파되고 다음 세대로 전수되면서 일본 원숭이 사회의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원숭이 중에서도 어떤 집단은 조개를 먹는가 하면 어떤 집단은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는 특정 나무 열매를 먹지만 그 것을 버리는 무리도 있다. 암컷들이 공동으로 새끼를 보살피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무리도 있다.

1930년대 영국 남부지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소비자들로부터 뚜껑이 뜯겨진 우유병이 집 앞에 배달됐다는 보고를 받게 된 한 낙농업체는 점차 그런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자 조사에 착수했다. 범인을 추적해 본 결과, 그 지역에 사는 박새들이 우유 위에 떠 있는 크림을 먹기 위해 알루미늄 호일로 된 뚜껑을 쪼아서 뜯어내고 있었던 것임이 밝혀졌다. 아마 최초의 어떤 녀석이 이른 새벽 가정집 문 앞에 가면 우유병이 있고, 그 우유병의 뚜껑을 뜯어내면 맛있는 크림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테고, 그 행동을 또 다른 녀석들이 보고 배운 뒤 자기 새끼에서 전수하기 시작하면서 일파만파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피해가 속출하자 업체는 뚜껑을 더 단단한 재질로 만들었고 그 소동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인간의 존재를 존중했던 사자
인류학자이자 동물학자인 엘리쟈베스 마샬 토마스는 <The tribe of tiger>에서 인간과 같은서식처에 살던 남아프리카 칼리하리 사막의 사자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50년대의 그 지역 사자들은 부시맨과 같은 영역에 살았는데 자기네가 잡은 사냥감을 이들이 빼앗아도 공격하지 않았다고 한다. 60년대 부시맨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고 토마스가 80년대에 다시 이 지역을 찾았을 때 그 곳 사자들의 행동은 변해 있었다. 인간과 함께 같은 구역 내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이들은 예전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지극히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있었다.

지역에 따라 표범들의 사냥 습성도 서로 다르다고 한다. 어떤 표범은 고슴도치를 잡아먹는 기술을 알고 있는데, 그 암컷은 자신의 새끼에게도 그 기술을 가르쳤다. 물론 대부분의 표범들은 고슴도치를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고 한다.

‘푸우-푸우-‘ 잘 자! 오랑우탄 세계의 문화
2003년 초에는 오랑우탄도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사이언스지에 발표되었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수마트라 섬에 있는 여섯 개 지역의 오랑우탄들을 관찰한 결과 오랑우탄도 집단에 따라 독특한 기술이나 관습을 습득, 공유한 뒤 다음 세대로 그 것을 전수한다는 내용이었다.

보르네오섬의 오랑우탄은 잠들기 전 동료들에게 ‘푸우~푸우’하는 소리를 내어 굿 나잇 인사를 보내고, 수마트라섬의 다른 오랑우탄 집단은 나뭇잎을 손 보호용 장갑이나 냅킨 대용으로 사용한다. 또, 연구진들은 같은 행동일지라도 집단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사용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나무 줄기에서 잎을 떼어낼 때 특정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가 어떤 오랑우탄 집단에서는 '짝짓기 하자'라는 것을 의미하는가 하면, 다른 집단에서는 '놀자'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런 독특한 행동들은 어미 혹은 같은 지역 내의 동료들을 관찰하고 흉내내는 데서 시작한다. 이것은 본능 그 이상의 것이다. 오랑우탄들은 태어나서부터 약 7~8년 이상을 엄마와 함께 붙어살면서 엄마로부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배우고, 또 성년이 되어서는 사회에 나와 다른 동료들의 행동을 보고 배우기도 한다. 그 행동들은 또 다음 세대로 전수된다. 자위를 하기 위해 나무 막대 등을 이용하고, 벌 등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막기 위해 잎이 많은 나뭇가지를 이용해 파리채를 만들며, 가시가 많은 과일이나 나뭇가지를 잡기 위해 나뭇잎을 장갑처럼 사용한다. 또 가시가 있는 나뭇가지 위에는 나뭇잎을 듬뿍 쌓아 쿠션을 만들고, 잎이 많이 달린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국자처럼 물을 떠먹는 등의 지혜를 터득해 전수하는 것이다.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사회화 과정의 중요성
동물학자 도널드 그리핀은, 가축화된 동물이나 사육하에 있는 동물일 경우 대개 그들과 똑 같은 야생환경의 개체와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즉, 야생 생활에서 마주치는 어려운 문제들에 잘 대처하지도 못하고, 정상적인 사회 관계를 맺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다양한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살아가면서 필요한 많은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편안할 지는 모르지만 단조로운 환경에서 태어나 성장한 동물은 그만큼 무언가를 배우고 터득할 기회가 적을 수 밖에 없다. 같은 새라 할 지 라도 텃새에 비해 철새가 더 똑똑하고 늑대가 개보다 똑똑하며 가축화된 동물에 비해 야생에서 사는 동물들이 더 지능이 높다고 밝혀진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태어나서부터 늑대나 침팬지에 의해 키워진 인간의 아이는 사람의 말을 할 줄 모른다. 옷을입는 것도 불편해 하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지도 못한다. 그야말로 무늬만 사람일 뿐 실제 행동은 늑대 혹은 침팬지와 똑같다.

고아가 된 새끼 표범과 호랑이를 키운 적 있는 인도의 자연보호가인 빌리아라얀 싱은, 이들은 밀림을 보기만 해도 겁을 냈으며. 인내심을 가지고 달래가며 반복적으로 밀림 속을 산책시킨 후에야 밀림이 가 볼만한 장소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아기 때부터 사람의 손에서 자란 오랑우탄 코디는 다른 오랑우탄을 처음 보았을 때 겁에질려 온 몸의 털을 곤두세운 채 인간 부모 뒤에 몸을 숨겼다.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꼭 움켜쥔 채 놓질 않았는데 코디가 그토록 겁을 낸 오랑우탄은 공교롭게도 코디의 어미였다고 한다.

이렇듯, 사회화 과정, 특히 어린 시절에 어떤 환경 속에서 성장했느냐에 따라 그 개체의 두려움의 대상이 달라지기도 하고, 혹은 야생에서는 별 상관없거나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대상을 친숙하게 여기기도 한다. 심지어는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인간을 사랑한 고니와 수달
아시다시피 새들은 태어나서 처음 본 동물을 따라다닌다. 이런 각인 현상으로 인해, 새들은부모 혹은 다른 동물을 어미로 생각하고 쫓아다닌다. 뿐만 아니라, 다른 종의 동물이 키운 동물은 성장하면서 자기를 키워준 동물 중에서 배우자를 선택하려고도 한다. 사람 손에서 태어나서 자란 큰 고니 텍스는 짝짓기 할 나이가 되자 “평균 키에 머리가 검은 백인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멸종위기 종이었던 큰 고니의 번식을 위해 텍스를 교미 가능한 상태로 유도, 인공 수정하는 방법이 고려되었고, 이를 위해 국제 두루미 재단 회장인 조지 아치볼드 박사(머리가 검은 백인 남성)가 여러 주에 거쳐 고니 텍스에게 구애 행위를 했다. “계속해서 함께 지내면서 이른 아침과 저녁이면 함께 춤을 추고, 같이 벌레를 잡고 둥지를 지으며, 사람들로부터 우리 영토를 지켰다!” 결국 작전은 성공했고 텍스는 새끼 한 마리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근해의 한 섬에 사는 사람은 티비라는 이름의 암컷 수달을 키웠는데, 그 사람은 항상 목발에 의지해 걸어야 할 만큼 병이 깊었다. 얼마 뒤 주인이 세상을 뜨자 티비는 맥스웰이란 사람에게 맡겨졌다. 티비는 맥스웰이 지어준 집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고 심심하면 도망쳐 인근 마을에서 발견되곤 했다. 티비가 따라다닌 사람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한 맥스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사람들 모두가 목발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티비는 목발을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거나, 자신의 생활에서 사라져버린 사랑했던 사람을 생각나게 하는 목발 짚은 사람을 좋아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사람의 손에 자란 동물은 사람을 배우자로 고르려 하기도 한다.

개들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어떤 개들은 유난히 더 다르다.
제인 구달(침팬지)을 비롯해, 영장류학자 셜리 스트럼(올리브 바분(olive baboon)), 스티브 수오미(히말라야 원숭이) 등 수 십 년 동안 현장에서 동물행동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은 주저함 없이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동물들이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 그런 개성은 인간의 개성에 관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들과 매우 유사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어미가 부끄럼을 많이 타면, 그 자식 또한 그럴 확률이 높다는 사실도 밝혀진 한편, 연구자들은 환경적 영향에 대한 강력한 증거 또한 밝혀냈다. 스코트와 풀러는 초기 사회화 시기(약 5주-12주) 동안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고 성장한 강아지들은, 훗날 낯선 사람들과 있을 때면 항상 불안해 하는 성견이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 고양이 행동에 관한 연구자들도, 대담한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기 고양이들도, 어렸을 때 즉, 가장 중요한 시기인 생후 3-7주 사이에 인간과 상호 작용이 없었다면, 낯선 사람들을 만났을 때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오미 박사는 또한, 부끄럼을 타는 어미 히말라야 원숭이들의 새끼들이 향후 부끄럼을 타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유전적 소인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식이 다른 개체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열심히 새끼를 보호해 주고 오랫동안 정성을 다해 돌봐주는 양모에 의해 길러지면, 비교적 외향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즉, 한 개체의 개성은 그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간의 상호 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개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양떼를 몰지 않으려는 보더 콜리, 틈만 나면 주인의 치맛자락 뒤로 숨는 도베르만 핀셔, 나서기 좋아하고 호시탐탐 신분 상승의 기회를 노리는 레트리버,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개들과 다정하게 지내는 핏불의 이야기로 가득 하다. 물론, 품종별 특성도 가지고 있지만, 같은 품종의 개라할 지라도 모두 다른 성격을 가진다. 모든 개들이 제각기 다른 이유 역시, 각각의 개의 행동이나 성품이 ‘유전 인자’와 ‘환경’ 간의 독특한 배합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유사한 유전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는 같은 인간이란 종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과 내가 다르듯이 말이다.

결론부

17세기 데카르트를 비롯한 철학자들은 ‘동물은 쇠꼬챙이로 찌르면 비명을 지르고 배고프면 낑낑대게끔 만들어진 자명종 시계와 똑같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기계적 반응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또, 100년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학계의 학자들은 동물들은 미련해서 아무런 학습 능력도 없으며 단순히 본능대로만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불과 30여 년 전인 1970년대에만 해도 생물학자들은 동물이 모방을 통해 즉, 모범이 되는 행동을 보고 배우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어느 학자도 의심하지 않지만 말이다.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생각해 보자. 애초에, 인간의 기본적인 학습 원리가 실험실 내에서 생쥐들의 학습 원리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규명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자.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동물 실험을 통해 인간에 대한 각종 궁금증이 해결되고 있음을 떠올려 보자. 아마 생각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동물에게도 문화 혹은 개성이 있다 하면 무척이나 흥미로운 ‘예외적인 기행’이라고 일축해 버린다. 우리가 같은 사물을 보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듯 동물도 마찬가지다.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내는 캔음료나 장난감이 아닌 이상, 보고 배우는 학습 과정을 거치는 동물은 저마다 다른 환경과 경험의 영향으로 인해 독특한 문화와 개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여전히, 동물의 세계는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이 순간에도 척박한 야생의 현장에서 동물 행동학을 연구하고 있을 이 세상의 수많은 동물학자들에게 진심 어린 존경의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새롭게 밝혀질 동물들의 경이로운 세상을 기대해 본다.

[페티앙 2005년 5_6월호]
글 : 동물칼럼니스트 김소희
애니멀파크(www.animalpark.or.kr)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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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구달, 생명사랑 십계명, 바다출판사, 2004.
페트리샤 맥코넬,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에피소드,2005
샬럿 울렌브럭, 동물과의 대화, 문학세계사, 2005.
마츠자와 데츠로, 공부하는 침팬지 아이와 아유무, 궁리, 2003.
Dr. Karl P.N.Shuker, the hidden powers of animals, 2001
Stephen Hart, the language of animals,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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