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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앙]말하는 동물들

[페티앙 2005.3_4월호]

말하는 동물들 talking animal

언어는 사고가 존재한다는 유일한 징후이고 확실한 징표이다. - 데카르트 & 놈 촘스키

글 : 동물칼럼니스트 김소희 animalpark@korea.com

도입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많은 동물들이 말을 한다. 양들을 설득해 양몰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꼬마돼지 베이브”의 베이브, 개와 고양이간의 첩보전이 볼만한 “캣츠 앤 독스”, 주인찾아 삼만리 여행을 떠나는 개와 고양이의 모험담 “머나먼 여정”, 개와 사람간의 대화를 통역해 주었던 앵무새 웨들스워드가 등장했던 “102마리 달마시안” 등. 이 동물 배우들은 사람은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들만의 언어를 이용하는가 하면 또 실제 사람의 말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어떠한가?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오직 인간 뿐이라고 배워왔고, “동물도 말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동화작가이거나 망상가들이나 하는 소리쯤으로 대접받았다. 과연 진짜 동물들은 말을 할 수 없는 것일까? 동물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해석하고자 하는 연구와, 동물에게 사람의 말을 가르치고자 하는 연구로 나누어 그 결과들을 알아본다.

I. 동물의 언어를 해석하다.
분명히 동물들은 울음 소리나 몸짓, 행동, 얼굴 표정 등을 통해 항상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 등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언어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동물은 말을 할 줄 모른다고 넘겨짚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우리가 가진 물리적 척도들로는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없다!’ 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노릇인데 말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수많은 동물행동학자들의 현장 연구 끝에 동물의 “울음소리”나 “몸짓”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밝혀지고 있다. 앞다리는 굽히고 뒷다리는 펴서 엉덩이를 치켜올린 채 열심히 꼬리를 치고 있는 개는 “놀자!” 라는 일종의 인사신호를 건네고 있다는 사실, 꼬리를 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반갑다”라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 왜 고양이가 주인에게 죽은 쥐를 잡아다 주는지, 왜 개가 미친 듯이 자기꼬리를 쫓는지 등 말이다.

인간으로서는 생소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언어코드를 해독하는 일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어를 이해하고 습득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과 애정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학자들의 연구결과는, 동물들의 의사 소통 방법이 그 동안 우리의 생각(동물의 울음소리나 행동은 동물적 본능에 의해 표출되는 기계적인 반사작용일 뿐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더 정교하고 복잡한 체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우리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신비한 능력들이 이용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서쪽으로 20m 떨어진 곳에 꿀이 아주 많아!
오스트리아 동물학자인 카를 폰 프리슈는 꿀벌의 통신 체계에 대한 연구로 1973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는 과즙이나 꽃가루가 있는 곳을 찾은 꿀벌들이 벌집으로 돌아온 뒤 동료들에게 8자를 그리는 듯한 '엉덩이춤'을 추어서 먹이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 방향, 먹이의 질을 알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거리나 방향, 먹이의 종류에 따라 엉덩이춤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정찰을 나갔다 돌아온 꿀벌의 춤을 본 동료들은 이 정보를 본 뒤 곧장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간다. 실제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몇 해 전 꿀벌 로봇을 만들어 춤을 추게 했다. 그리고 춤으로 알려준 장소에 가서 기다렸더니 정말 벌떼들이 그 곳으로 날아왔다.

젠 랜돌 박사는 캥거루쥐의 의사소통에 대해 연구했다. 캥거루쥐는 발을 구르는 것으로 의사를 전달하는데, 이들은 발구름에 변화를 주어 각각 다른 의미를 상징하는 소리를 만든다. 자기 영역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발구름, 짝짓기를 할 때 내는 발구름, 그리고 천적인 뱀을 쫓아내기 위해 내는 발구름이 저마다 다르다. 박사는 캥거루쥐들에게는 이 독특한 발구름이 언어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표범이다! 조심해!
프레리도그는 번갈아가며 망을 보는데, 천적이 나타나면 무리 동료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울음소리를 낸다. 콘 슬로보치코프 박사는 이 울음소리가 독수리, 코요테, 인간 등 침입한 천적이 누구냐에 따라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지어 총을 갖고 있는 인간이 나타났음을 알리는 소리도 따로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 열대 초원에 살고있는 사바나 원숭이도 울음소리를 통해 서로 간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반인에게는 그저 끽끽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지만, 로버트 세이파스 박사와 도로시 체니 박사는 이들 역시 천적 즉, 독수리, 뱀, 표범의 출현을 경고하는 울음 소리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혹시 사바나 원숭이들이 제일 먼저 천적을 발견한 원숭이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연구팀은 각각의 울음 소리들을 녹음한 뒤 실제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테이프를 틀어 보았다. ‘표범을 나타났다!’ 쯤에 해당하는 울음 소리를 틀자 원숭이들은 일제히 가까운 나무 위로 올라가 나뭇가지의 가장 먼 쪽으로 도망갔으며, 또 독수리를 나타내는 울음소리를 들으면 관목숲 속으로 숨거나 나무의 중앙으로 피해 하늘을 올려다 보았고, 뱀을 나타내는 울음소리를 틀어주자 뒷다리로 일어서서 땅을 살펴 보았다.


‘강강강강강강강’ ? 이 곳은 먹을 것이 충분하다. 여기에 머물자!
콘라드 로렌츠는 수 십 년 동안 회색기러기떼들과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함으로써 그들의 언어를 터득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회색기러기는 들판에서 풀줄기를 뜯을 때 적어도 일곱 음절 이상의 소리의 노래를 부른다. ‘강강강강강강강’ 쯤으로 들리는 소리인데 대략 뜻은 “우리는 여기에서 잘 지낸다. 이곳에는 먹을 것이 충분하다. 여기에 머물자”라는 뜻이라 한다. 여섯 음절은 “풀 줄기 한 두 개를 뜯어먹은 다음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자. 기어는 대략 1번에 두자” 의 의미이며, 5음절일 경우는 “행진 속도를 높여 기어를 2번에 두자”, 4음절일 경우는 “속도는 3번 기어까지 높이고 고개는 앞으로 뻗는다”, 3음절일 경우는 “최대 행진속도! 주의! 곧 비행이 시작될 수 있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많은 조류학자들이 새들의 지저귐이 일정한 법칙을 지닌 의사소통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로서는 기분이 좋아서 지저귀는 노래 소리라고 생각할 뿐이지만, 전문가들은 지저귐의 형태, 즉 노래 소리가 여러 종류라는 것이다. 가령 참새들은 날아갈 때와 날고 있을 때, 내려앉을 때의 지저귐이 각각 다르고, 야생 큰 까마귀와 샤마 지빠귀(shama thrush)는 자신의 짝을 지칭하는 소리 및 울음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소리를 듣는 즉시, ‘이름을 불린’ 새는 되돌아온다. 또 윤무부 박사는 까치에게도 사투리가 있다며,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울음소리가 조금씩 다르다고 하기도 했다. 또, 갓 부화한 피리새를 카나리아 둥지에 옮겨 기르니 카나리아처럼 노래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이것은 이들의 울음소리가 DNA 코드 어딘가에 입력되어있는 본능적인 반응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끼릭끼릭 - 내 이름은 플리퍼야!
병코 돌고래들은 개체마다 독특한 휘파람 소리를 낸다. 돌고래들은 이 휘파람 소리를 통해 상대방을 식별하고 흉내내기까지 하는데, 이것을 서명 휘파람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듯이 호명 휘파람 소리를 통해 상대를 부르는 것이다. 또한 고래는 각 무리끼리만 통하는 언어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한다. 고래들은 울부짖는 듯한 울음소리, 딸깍거리는 소리, 끽끽거리는 소리 등을 이용해 자신이나 동료의 위치, 먹이, 지형, 자신의 기분 등을 알린다. 루이스 허먼 박사는 돌고래 에이크에게 일종의 수화언어를 가르쳤는데, 에이크는 60가지 정도의 단어를 이해하며, 단어 순서가 바뀌면 문장 뜻이 바뀐다는 사실도 안다고 한다.

II. 동물에게 인간의 언어를 가르치다
사람이 동물의 언어를 연구해서 사실적인 통역(?)이 가능하기까지는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몇몇 학자들이, 아예 동물에게 인간의 언어를 가르치는 연구에 착수했다. 대표적인 예로, 수화(sign language)나 컴퓨터 키보드, 그림 문자판 등을 이용해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있는 침팬지와 오랑우탄, 고릴라 등의 유인원들이 있으며, 모사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앵무새도 있다.

미안해요, 화내지 말아요 ? 수화하는 침팬지들
190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침팬지에게 소리내어 말하는 것을 가르치려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신체적 구조 자체가 인간과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침팬지 와쇼를 시작으로 미국수화를 사용하여 의사소통법을 가르치려는 연구가 시작되면서 놀라운 결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와쇼는 4년 동안 130개가 넘는 수화언어를 배웠고, 거짓말도 하고 농담도 했으며, 입양딸 롤리에게 스스로 수화를 가르친 끝에 롤리 역시 상당 수준의 수화를 익혔다. 와쇼는 아직 배우지 않은 사물을 설명할 때는 창조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고니라는 단어를 배우지 못한 와쇼는 고니를 보고 ‘물 그리고 새’라고 말했고, 오이를 보고는 “초록 바나나”라고 말했다. 또, 라이터는 ‘금속, 뜨겁다’라고, 탄산수는 ‘들리다, 음료수’ 라고 설명했다. 꽃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던 와쇼는 파이프 담배와 부엌용 방향제를 가리킬 때도 그 상징을 사용했다. 즉, 꽃을 어떤 향기가 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버트 테라스 박사는 저명한 언어학자 놈 촘스키의 이름을 재미있게 응용하여 자신의 침팬지에게 님 침스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수화를 가르쳤다. 침스키는 우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님이 서른 36번째로 배운 단어가 “미안하다”라는 말이었는데, 다른 침팬지가 침스키에게 화를 낼 때면 항상 이 말을 썼다고 한다. 또, 행복하다라는 말도 배웠는데, 누군가가 간지럼을 태울 때와 같이 흥분하는 경우에 이 말을 사용했다.

한편 타자기를 치는 침팬지 라나도 있다. 여키스 영장류 연구센터에서는 일종의 타자기를 개발했는데, 사람이 없는 방(담당연구원이 무의식 중에 침팬지로 하여금 말을 하도록 부추기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에 놓인 상징기호가 적힌 타자기를 치면 건너편 방에 있는 연구자들이 이를 볼 수 있었다. 즉, 사람과 마주보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스스로 말을 배우기 시작한 보노보 칸지
보노보 칸지는 억지로 앉혀놓고 단어를 주입해 왔던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식으로 언어를 익히게 되었다. 칸지는 그림 문자를 배우고 있던 마타타의 딸이었다. 태어나서부터 엄마가 배우고 있던 그림문자에 익숙해진 칸지는 연구원들의 개입없이 스스로 그림 문자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즉, 의식적인 노력없이 놀면서 어미가 알고 있던 6개의 단어를 배우게 된 것이다.

그 것이 무슨 언어의 사용이냐며 반박하는 사람들에게, 칸지의 담당 연구자인 수 새비지 럼보흐는 “3살짜리 아이가 새 단어를 배우면 어휘의 증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보노보가 같은 능력을 보이면 단순 모방에 불과하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부모가 말을 배우기 이전의 아이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칸지를 키웠다. 연구자들은 이전의 실패로 끝난 연구에서처럼 대상을 부추기지 않는 방법으로 언어를 습득시켰다. 칸지가 사용하는 키보드는 각각의 상형문자에 해당하는 영어단어의 합성음을 내서 칸지의 언어습득을 도왔다. 10년간 칸지가 배운 어휘는 200개에 달했다.

칸지는 이 키보드를 이용해 전화통화도 할 수 있다. 연구원이 사무실 밖에 나가서 칸지에게 전화를 걸자(물론 다른 연구원이 전화를 받아 바꾸어주지만), 전화 속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곧 통화내용에 집중한다. "칸지, 나 지금 연구소로 들어갈 건데 뭘 먹고 싶니?" 칸지는 한참 생각하다가, 키보드에서 "쵸콜릿"을 누르고, 그러면 키보드에서 쵸콜릿이라는 소리가 난다. 또 캔지는 자신의 보노보 친구들에게도 수화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거칠게 싸우는 친구들의 싸움을 말리며 나쁘다고 말하기도 한다.

칸지가 있는 방에 이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물건들을 넣어두고, 연구원이 “개가 뱀을 물게 해 봐”라고 하자, 칸지는 개 인형과 고무 뱀인형을 찾아서 양손에 들고 뱀의 머리를 개의 입에 넣은 다음 개의 입을 다물게 했다. 또 한 번은 “휴게실에 가서 오렌지를 가져와”라고 한 뒤 실험을 어렵게 하기 위해 칸지 앞에 오렌지를 한 개 더 놔두었다. 칸지는 오랫동안 망설이며 자기 앞의 오렌지를 가지고 놀더니, 벌떡 일어나 서둘러 휴게실에 가서 그 곳에 있던 오렌지를 들고 왔다.

2003년 1월 해외 토픽란에 “말하는 침팬지”가 소개된 적 있다. 바로 칸지였다. 수화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나나, 포도, 주스, 예스(yes) 등 4가지 단어를 실제 발음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권위있는 과학 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에 게재된 이 주장은 ‘동물은 성대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음성학적으로 말을 할 수 없다’는 이론에 직접 도전하는 것이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칸지의 소리가 녹음된 100시간 가량의 테이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우리는 칸지에게 이런 말들을 가르친 적이 없다. 칸지가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고 말했다.

냉커피를 주세요 ? 보노보 판니바샤
칸지의 동생인 판니바샤 역시 400개의 그림문자가 그려진 기호판을 통해 언어를 습득했는데, 이 문자들에 익숙해진 판니바샤는 바닥에 분필로 몇 가지 그림문자들을 직접 그릴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판니바샤는 “냉커피를 주세요(Please can I have an iced coffee)”와 같은 간단한 문장에서부터 최근 본 영화에 대한 소감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언어실력을 보이는데, 1999년 중반기 무렵, 드웨인 럼바우 교수는 판니바샤가 어휘를 3천개나 습득하고 복잡한 문장을 구성할 수 있으며 4살 정도 아이에 해당하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판니바샤는 현재 아들 “뇨타”에게 읽기와 말하기의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착한 고릴라 코코!
동물행동학자 페니 페터슨의 양녀나 마찬가지인 고릴라 코코는 1972년 2살이 채 못되었을 때(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부터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몇 년 사이 코코가 할 수 있는 단어는 130여 단어에 이르렀고 점점 고의적인 거짓말이나 농담을 하고, 어린아이처럼 고집을 부리거나 딴청을 부리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또한 코코는 미국 수화뿐만 아니라 영어(spoken english)를 알아듣게 되면서, 더더욱 언어 능력이 향상되었다. 2000가지 단어를 구분해 들을 수 있는 코코는 현재 33살인데, 1000여개가 넘는 수화를 암기해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컴퓨터도 사용한다고 한다.

한편, 코코는 작년 8월 수화로 이빨이 아프다고 이야기 해서 치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조련사들이 1부터 10까지 고통의 강도가 적혀있는 차트를 준비해 보여주자 코코는 통증이 매우 심한지 계속해서 9와 10을 가리켰고, 결국 마취 상태에서 치과 치료를 받았다.

고릴라는 행복감을 느낄 때 무슨 말을 하느냐고 묻자 코코는 “고릴라 포옹”이라고 답했다. 코코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데, 제일 처음 만난 고양이인 올볼이 교통사고 죽었다는 사실을 듣고는 매우 슬퍼했다. 그 후로도 그림책을 보다가 고양이가 나오면 올볼의 이야기를 했다 한다. 코코는 임의의 고양이를 지칭하는 단어와 자기가 아끼는 고양이를 지칭하는 단어를 따로 사용했다. 즉, 자신의 고양이는 “부드럽고 좋은 고양이”로 부르며 일반적인 고양이는 그냥 고양이로 부른다. 지금은 스모키라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코코는 스스로를 "착한 동물 고릴라" 라고 표현한다. 또, 코코는 작년 뉴욕의 퀸즈 극장에서 자신의 미술전을 열기도 했다. 사랑, 분노와 같은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여 학계 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이리와요, 사랑해요, 미안해요, 나도 같이 돌아가고 싶어요” 말하는 앵무새 알렉스
뜻도 모르고 그저 흉내만 내는 모습을 보고 ‘앵무새 같다’라고 말하듯, 사람들은 앵무새가 말하는 것이 단순한 ‘모사’, 즉 흉내내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과학적 연구들은 앵무새의 놀라운 언어능력 및 인지능력 등을 바탕으로 이들이 3-6살 정도된 어린이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알렉스다. 1977년, 애리조나 대학의 아이린 페퍼버그 박사는 앵무새가 아무 생각없이 반복적으로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것인지, 아니면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실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선택된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가장 잘 흉내내는 것으로 알려진 아프리카산 회색 앵무새였다. 박사가 시카고의 한 애완 동물 가게에서 손쉽게 구입한 알렉스는 장기간의 프로젝트 끝에 100가지가 넘는 물건들을 식별했고, 일곱 가지 색깔, 그리고 다섯 가지 모양을 구분했다. 숫자개념도 6까지 셀 수 있다.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은 물론이고, 똑같은 크기의 물건을 주면서 “가장 큰 게 뭐니?”라고 물으면 “없어.”라고 대답하며, “바나나를 원해”라고 말하는 알렉스에게 “땅콩”을 가져다 주면, 알렉스는 계속해서 “바나나”를 외쳐대거나, 혹은 땅콩을 화가 난 듯 바닥에 집어 던져버리기도 한다. 푸른 열쇠 2개와 붉은 열쇠 2개를 보여주며 “푸른 열쇠는 몇 개지?” 라고 물으면, “2개”라고 대답하고, “이 열쇠들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라고 물으면, “색깔”이라고 대답한다.

알렉스는 학습한 각각의 단어들을 조합하여 의사를 표현하는 경지에 이르렀고, 어린 아이들이 그렇듯, 혼잣말을 하면서 새롭게 배운 단어들을 연습하기도 한다.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단어를 습득하고 있다고 한다.

한 번은 아이린 페퍼버그가 폐수술을 받기 위해 알렉스를 동물 병원 사무실에 남겨두고 나오는데, 알렉스가 “이리와요, 사랑해요, 미안해요, 나도 같이 돌아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어쩌면 자기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그 벌로 혼자 낯선 곳에 버려졌다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침팬지 가지고 있어요?” 말하는 앵무새 은키시
얼마 전, 전세계 과학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은키시 역시 아프리카산 회색 앵무새인데, 은키시는 950개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유머까지 구사한다. 은키시는 상황에 따라 과거 현재 미래형 동사를 사용하고, 자신의 어휘력에 한계를 느낄 때면 어린 아이들처럼 자신만의 신조어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횃대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앵무새를 보고는 "저 새 사진 찍어둬야겠어.”라고 말하는가 하면, 은키시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제인 구달 박사에게는 "침팬지 가지고 있어요?”라고 물어 박사를 놀라게 만들었다. 은키시에게 말을 가르친 에이미 모르가나가 이전에 은키시에게 보여 준 제인 구달이 침팬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기억한 것이었다. 또, 전화를 걸고 있는 남자의 사진을 보고는 “전화로 뭐하고 있어요?” 라고 말하며, 포옹을 하고 있는 연인의 사진을 보고는 “안아도 되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앵무새는 어떻게 사람의 말을 흉내낼 수 있는 것일까? 다른 새들에 비해 앵무새의 울대는 후두를 가지고 있는 인간의 발성 기관 쪽에 더 가까우며, 근육이 잘 발달된 긴 혀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소리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울대과 입, 혀를 이용해서 음의 빈도 및 음조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고 때문에 정밀하고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새들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 발성 조절 및 소리(vocal) 학습을 담당하는 전뇌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지능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사회성이 뛰어난 동물인 탓에, 부족한 사회성을 지저귐 대신 사람의 말을 따라하면서 채우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든 앵무새가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이런 능력은 그 새의 종류, 나이, 성격, 사육자가 새를 대하는 태도 및 새와의 관계, 교육 방법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사육자가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쏟으며 친구처럼 양육한 경우의 새가 훨씬 똑똑하고 말을 잘한다고 한다. 만약, 하루 종일 철창에 갇힌 채, 쳐다봐 주는 이 하나 없이 혼자 집이나 지키는 새라면 말을 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테이프를 하루 종일 틀어놓는 방법보다는 그때 그때 상황에 적절하게 말을 건네다 보면(마치 엄마가 갓난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일정 수준의 의사소통까지 가능해 진다고 한다.


결론부
철학자 데카르트와 언어학자 놈 침스키는 “언어는 사고가 존재한다는 유일한 징후이고 확실한 징표이다.” 라고 말했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말을 할 수 있는 동물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라는 것을 암시하지만, 야생의 아이들(feral children)의 사례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eral Children은 일반적으로 어릴 때부터 인간과 접촉이 단절된 채 성장한 아이들을 일컫는데, 이들은 훗날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야말로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조차 힘들다. 대표적으로, 96년 나이지리아의 깊은 숲 속에서 발견된 벨로는 생후 6개월 경 숲에 버려져 2년 반 동안 침팬지들에게 키워진 것으로 밝혀졌는데, 벨로는 침팬지 울음소리를 내고, 네 발로 걷는 등 침팬지 같은 행동을 한다. 현재까지 한 고아원에 격리, 보호되고 있는데, 아무리 가르쳐도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 늑대소녀 카말라와 아말라도 있다. 이 두 여자 아이는 네 발로 걷고, 늑대들과 하울링(늑대들의 울부짖는 소리)을 통해 의사소통을 했으며, 무엇이든 코를 들이대 냄새부터 맡고 겁이 나면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댔다. 1970년 미국의 “제니 사건”은 더 처참하다. 발견 당시 13살이었던 제니는 정신 나간 친아빠에 의해 적어도 10년 이상을 방 안의 유아용 변기 의자에 묶인 채 갇혀 살다가 구출되었는데, 그 나이가 되도록 딱딱한 음식도 씹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며, 화장실도 가릴 줄 모르며, 세상의 모든 자극에 무관심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노력 끝에 그녀는 많은 것을 배우긴 했지만, 결국 정상인이 되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특정 기간 동안 언어에 노출되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언어를 익히지 못한다는 사례와 몇몇 동물도 사회화 시기 동안 적절한 환경하에서 성장하면 어느 정도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을 미루어 보건대, 언어는 인간에게만 무조건 주어진 신의 선물은 아닌 듯 싶다.

어쨌건, 전혀 다른 종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 상상만 해도 경이롭지 않은가? 동물들이 사람처럼 말을 한다면, 혹은 우리들이 돌리틀 박사처럼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조금은 더 재미있고 신나는 세상이 될 텐데 말이다. 이쯤되면, 동물원의 원숭이들을 그저 철창 속에 갇힌 채 바나나만 밝히는 궁둥이 빨간 녀석들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글 : 동물칼럼니스트 김소희

애니멀파크(www.animalpark.or.kr)

[페티앙 2005.3_4월호]

참고문헌
도널드 그리핀, 동물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정신세계사, 1984.
라이너 홀베, 아름다운 이웃 동식물의 신비, 사람과 책, 2003.
마크 베코프, 동물에게 귀기울이기. 아이필드,2004.
비투스 B.드뢰셔, 휴머니즘의 동물학. 이마고, 2000.
제인구달, 생명사랑 십계명, 바다출판사, 2004.
콘라드 로렌츠, 솔로몬의 반지. 사이언스북스, 2000.
Dr. Karl P.N.Shuker, the hidden powers of animals, 2001
Stephen Hart, the language of animals, 1996

http://www.alexfoundation.org/
http://www.koko.org/
http://www.gsu.edu/~wwwlrc/biographies/kanzi.html

http://www.sheldrake.org/nkisi/ 은키시에 관한 사이트
http://www.d.umn.edu/cla/faculty/troufs/anth1602/pcchimp.html
http://www.alexfoundation.org/ 알렉스
http://www.koko.org/ 코코
http://www.gsu.edu/~wwwlrc/biographies/kanzi.html
여키스 영장류센터 http://www.yerkes.emory.edu/
http://en.wikipedia.org/wiki/Nim_Chimpsky
와쇼의 사이트 http://www.friendsofwashoe.org/
http://www.cwu.edu/~cwuch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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